좋은 글 / 멋진 말 100가지
박 철희
• 언론인: 1973. 3 - 1998. 8 매일경제, 본지 주필 • (사)한국인성교육협회 부회장/고문
「대화 단절의 시대」…자녀에게 무엇을 전하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부모와 우리 모두에게 떠오르고 있는 중차대한 ‘사회적 화두(話頭)’가 바로 이 문제입니다. 그 답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며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혹독한 ‘대화단절(對話斷切)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정교육(家庭敎育)의 버팀목은 ‘무르팍 교육’ ‘밥상머리 교육’이었습니다. 대가족제도의 붕괴와 경제 민주화,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에 의해 우리의 전통적 가정교육체계는 근간이 붕괴되었습니다. 부모들이 앞 다퉈 맞벌이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우리네 가정의 풍속도(風俗圖)는 180도 딴판이 됐습니다. 자녀와 가족들 간의 사이는 간단한 이야기조차 나눌 시간이 없는 남들의 연속입니다. 가족이 아니라 남 같다는 가슴아픈 절규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젊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만은 남의 집 아이들보다 기죽지 않게 키우겠다‘ ’자녀양육과 여성의 사회참여는 별개사항임으로 이중 잡(jop)이라한들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사고가 보편화되면서 ’가정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학교가기 바쁘고, 아빠는 가장(家長)으로서의 책무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밖으로 나가 뛰어야 하고, 엄마들은 상당수가 ’내 자식의 경쟁 우위‘를 앞세워 사회활동에 나서기 바빠졌습니다. 가정의 평안함과 차분함은 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은 매일같이 새벽은 전쟁터입니다. 젊은 아빠는 부랴부랴 출근 준비에 허겁지겁 이고, 엄마는 애들 치다꺼리에 자신의 출근 준비 때문에 마음이 조급합니다. 아이들은 어떨까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방과 후 과외공부 등에 쫒긴 아이들이니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어느 집 아이들은 방과 후 집에 돌아올 때까지 3~4개 학원을 뛰어다니기도 한답니다. 젊은 엄마는 주부로서의 주어진 임무수행(?)과 더불어 사회활동에 나서느라 녹초가 됐구요, 젊은 아빠는 온갖 '직장 내의 스트레스' 에다 장래문제 등으로 고민하느라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입니다. 다 큰 아이들은 대학진학에 취업준비 다하며 이 학원 저 학원을 거쳐 인근 사설 도서관까지 들러 한 밤중이나 돼야 귀가합니다. 이러다보니 식구들과의 관계는 소원(疏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 한마디 나누기는커녕 얼굴 한번 마주볼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이 결과는 참담 지경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네 가정을 지탱해 왔던 지주(支柱)들이 흉물스럽게 뒤틀렸습니다. 가족 간의 정겹고 살 겨운 분위기는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화목한 대화는 물론이고 포근한 어른들의 훈육(訓育)의 말씀도, 재잘거리는 자녀들의 말 속에 담겨진 부모들에게 바라는 그들의 진솔한 바램 과 소망 등도 '말의 통로(言路)'가 막혀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우리가 그동안 소중히 다뤘던 가정의 근간(根幹)이 무너진 참혹한 현장을 목도(目睹)하고 계신 겁니다. 화목함과 따듯한 사랑, 다정스런 다독거림, 애정 어린 격려와 훈계의 말씀 등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냉랭합니다. 대신 휑해진 빈자리는 낯설음과 침묵, 고독, 우울함 등 음습한 기운(氣運)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가정의 예절교육을 통해 좋은 말, 품위 있는 대화 방법 등 인격 형성에 필요한 덕목들을 배우고 익히며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의 아이들은 그렇지가 못 합니다. 어른이나 부모님들과의 대화 통로가 막혀버린 아이들은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당연히 걸러지지 않은 거친 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말이 거칠다보니 자연스레 행동거지(行動擧止)도 거칠어집니다. 순화되지 않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행동이 거칠어집니다. 그 대표적 성향이 강한 폭력성과 배타성입니다.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에게 무슨 말과 이야기를 전해줘야 할는지에 대한 명쾌한 대안(代案)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 더욱 삶의 방식이 엇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가정의 어른들‘과 ’학교의 스승‘들이 전무(全無)하다싶이 됐다는 현실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오늘의 상황을 방치하면서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온당한 일일 수 있을까요? 다음호에 계속 말씀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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